치우치지 않을 때 지혜가 보입니다
불교에서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가르칩니다. 중도는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흐릿한 태도가 아닙니다. 좋다와 싫다, 내 편과 남의 편이라는 분별에 먼저 끌려가지 않고, 지금 벌어지는 일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지혜입니다.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을 때 비로소 필요한 판단과 행동도 더 분명해집니다.
우리는 흔히 내가 본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일을 두고도 가족과 동료, 이웃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다른 사정을 봅니다. 내 생각만 앞세우면 상대의 말은 틀린 말로 들리고, 작은 차이는 금세 시비와 갈등으로 커집니다. 그러나 한 호흡 멈추어 상대가 서 있는 자리까지 바라보면,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말을 이해할 여지가 생깁니다.
마음을 넓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모두 버리거나 부당한 일을 모른 척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해야 할 말은 분명히 하되, 성냄과 고집으로 상대를 꺾으려는 힘을 덜어 내는 것입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고, 내 마음의 치우침도 함께 살핀 뒤, 지혜와 자비로 가장 알맞은 행동을 고르는 일입니다.
늦여름 과수원의 지게 멜대를 떠올려 보십시오. 한쪽 바구니에만 열매를 가득 담고 다른 쪽을 비워 두면, 힘이 센 사람도 곧 몸이 기울고 걸음이 흔들립니다. 두 바구니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다른 열매의 크기와 무게를 살펴 알맞게 나누면, 멜대는 자연스럽게 중심을 찾고 발걸음도 편안해집니다.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욕심과 미움, 옳다는 확신을 한쪽에 계속 쌓아 올리면 세상을 보는 눈이 기울어집니다. 반대로 아무 판단도 하지 않고 책임을 피하는 것 역시 균형이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만큼 힘을 쓰고, 내려놓아야 할 고집은 덜어 내며, 다른 사람의 사정도 함께 헤아리는 것이 중도의 실천입니다.
때로는 옳고 그름을 끝까지 따져 이기는 것보다 한 걸음 물러서는 일이 더 지혜로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약해서 하는 양보가 아니라, 갈등을 더 키우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뜻을 지키는 자비로운 선택입니다. 분별을 내려놓는 마음의 바탕에는 상황을 바로 보는 지혜와, 모두의 괴로움을 줄이려는 자비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지나친 욕심과 미움, 고집은 마음의 균형을 잃게 합니다. 중도는 판단을 피하는 일이 아니라 분별에 끌려가지 않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입니다. 내 생각만 앞세우기 전에 다른 자리의 사정도 살피고, 필요한 말은 분명하되 지혜와 자비로 응답하십시오.